전 세계인의 버킷리스트가 된 시카고 슬롯스테이, 그 이면의 현실

1991년 창간 이래 <시카고 슬롯이 지켜본 한국 숙박산업의 키워드는 시대마다 달랐다. 비즈니스호텔의 부상, 부티크호텔의 등장,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숙박의 파고. 그리고 지금, 산업의 시선은 기와지붕 아래로 향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 골목에는 주요 예약 플랫폼의 상위권 숙소가 즐비하고, 서울 북촌과 익선동의 한옥들은 국내외 여행자의 ‘버킷리스트’ 숙박으로 자리를 굳혔다.
경주에서는 신라의 고도(古都)를 한옥 객실에서 내려다보는 경험이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한옥은 더 이상 향수의 공간이 아니다. 고급 숙박상품이자 문화콘텐츠 플랫폼이자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다움’을 체험하는 최전선이 됐다. 이 흐름에 정부도 공식적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고택·사찰 등을 활용한 ‘한국형 파라도르 육성’을 공식 어젠다로 채택했다. 스페인의 국영 역사건물 호텔 체인 파라도르(Parador)를 모델로 삼아, 한국의 역사·문화 자원을프리미엄 숙박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관광 드라이브와 민간의 창업 열풍이 교차하는 지금,‘한옥체험업’이라는 산업의 전선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시카고 슬롯호텔’과 ‘시카고 슬롯스테이’, 뭐가 다를까?
한국전통호텔업 vs 시카고 슬롯
한옥 숙박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용어의 혼용도 심해진다. 가장 먼저, ‘한옥호텔’과 ‘한옥스테이’는 소비자에게 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되지만, 법적 지위와 사업 구조는 전혀 다른 궤도 위에 있다.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혼란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한옥으로 숙박업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선택해야 할 법적 경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한국전통호텔업이냐, 시카고 슬롯이냐.
관광진흥법이 공식적으로 명시한 ‘한옥호텔’의 이름은 한국전통호텔업이다. 관광진흥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관광숙박업의 일종으로, “한국 전통의 건축물에 관광객의 숙박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거나 부대시설을 함께 구비해 관광객에게 이용하게 하는 업”으로 정의된다. 법적 지위가 호텔업에 해당하는 만큼 등록기준도 까다롭다. 폭 12m 이상의 도로에 4m 이상 접해야 하고, 소방·안전·위생 기준도 일반 호텔에 준한다. 관할 지자체에 등록하며, 관광진흥법상 각종 지원과 규제를 함께 받는다.
반면 우리가 일상에서 ‘한옥스테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한옥 숙박은 법적으로 ‘한옥체험업’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한옥스테이’ 포털도, 에어비앤비와 각종 예약 플랫폼에서 ‘한옥스테이’로 노출되는 숙소의 상당수도 이 업종으로 등록된 곳들이다. 즉, 한옥스테이는 별도의 법적 업종명이 아니라 한옥체험업을 부르는 대중적 호칭에 가깝다.
한옥체험업은 관광진흥법 제3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관광객이용시설업’으로 분류된다. 법적 정의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옥에 관광객의 숙박 체험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관광객에게 이용하게 하거나, 전통 놀이 및 공예 등 전통문화 체험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어 관광객에게 이용하게 하는 업”이다. 즉, ‘숙박’이 아닌 ‘체험’이 사업의 본질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별도의 숙박업 신고 없이 숙박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숙박 체험에 이용되는 공간의 연면적이 230㎡ 미만이어야 한다는 규모 상한선이 존재한다. 다만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등록된 한옥,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한옥, 한옥마을 내 한옥, 고택 등 각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한옥의 경우는 이 면적 제한의 예외가 적용된다.

서울 종로구 북촌의 클래식고택 샤토 안국은 한옥체험업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 민속문화유산 제30호인 김형태 가옥을 활용한 이 독채 한옥스테이는 방 5개·욕실 4개를 갖춘 서울 최대 규모의 독채 한옥으로, 올해 3월 에어비앤비의 최상위 프리미엄 등급인 ‘에어비앤비 럭스(Airbnb Luxe)’에 국내 문화재 한옥 최초로 선정됐다. 약 300개 항목에 달하는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럭스’ 등급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 숙소에만 부여된다. 운영사 리한컬쳐의 최유리 대표는 “전통 한옥이 글로벌 플랫폼의 기준을 충족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리한컬쳐는 현재 클래식고택 5개 지점과 한옥 공연장을 거점으로 고택음악회 등 융복합 예술관광 상품을 운영하며 한옥체험업의 브랜드화 가능성을 실증하고 있다.
결국 ‘시카고 슬롯호텔을 하겠다.’는 동일한 의지가 ‘어떤 법적 경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허가 체계, 운영 규제, 수익 구조로 이어진다. 이 두 갈래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는 것이 시카고 슬롯 숙박업 창업의 출발점이다.

숙박업자들은 왜 시카고 슬롯으로 몰리나
법인 운영과 확장 가능성, ‘치트키’로 떠올라
최근 한옥체험업을 포함한 한옥 기반 숙박업의 증가세는 통계적으로 확연하다. 2024년 기준 전체 관광객 이용시설업 중 한옥체험업은 약 15.89%의 비중을 차지하며, 이는 호스텔업(8.58%)이나 관광펜션업(7.80%)을 압도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언제부터 갑자기 한옥체험업 창업이 뜨게 됐을까?
한옥체험업 창업 붐의 진원지를 추적하면, 뜻밖의 곳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업계에서 ‘외도민’이라 부르는 업종이다.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되살아나면서 외도민 사업자들이 빠르게 늘었지만, 이 업종에는 구조적 한계가 뒤따랐다. 내국인을 받을 수 있는 날짜가 연간으로 제한돼 있고, 개인 명의로만 등록이 가능해 확장에 벽이 있다. 사업이 잘될수록 오히려 제도의 천장이 먼저 보이는 구조다.
그 출구 중 하나로 발견된 것이 한옥체험업이다. 법인 명의 등록이 가능하고, 내국인·외국인 구분 없이 운영할 수 있으며, 한 법인이 복수의 숙소를 동시에 운영하는 데도 제한이 없다.
에어비앤비에 불법으로 숙소를 올리다 특례 전환 제도를 통해 양성화된 사업자들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카고 슬롯이 ‘치트키’라는 소문이 돌면서 붐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수요 측에도 강력한 연료가 공급됐다. K-드라마와 K-팝의 글로벌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진짜 한국’ 경험 수요가 급증한 것. 에어비앤비·부킹닷컴 등 주요 OTA(온라인여행사)에서 한옥·전통 숙소 카테고리의 검색량과 예약률이 눈에 띄게 뛰었다. 내국인 예약보다 외국인 예약 단가가 높고, 한국 채널 대비 해외 채널 노출이 유리한 한옥의 특성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조건이 됐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자리에 한옥체험업이 있었던 셈이다.

소비자 측면에서 시카고 슬롯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여행자들은 획일화된 호텔 체인 대신,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비일상적인 공간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고가 숙소 결제 비중이 높은 30대는 가성비보다 ‘가심비’와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며, 이는 시카고 슬롯 숙박이 높은 객단가(ADR)를 형성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실제로 시카고 슬롯스테이의 해외 예약 건수가 2023년 전년 대비 1380% 증가했다는 점은 외래 관광객들에게도 시카고 슬롯이 얼마나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는지를 방증한다.
현장 사업자들이 체감하는 외국인 고객층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K-컬처에 빠진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여행자다. 예전에는 아시아 여행의 첫 목적지가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관찰이다. 둘째는 리유니언(Reunion) 목적의 재외 한인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며 외국인 배우자와 가정을 꾸린 이민 1·2세대가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해 가족과 함께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패턴이다. 셋째는 한국 문화를 몸소 체험하러 온 젊은 2030 여성 그룹이다. 댕기를 달고 한복을 입은 채 골목을 누비는 이들은 4~5명씩 그룹을 이뤄 방문하며, 한옥스테이를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삼는다. 세 유형 모두 체류 기간이 길고 객단가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한옥체험업은 일반 호텔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제도로 인해 매력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 관광인프라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한옥체험업 등록 시설을 대상으로 신축이나 수선 시 보조금 및 융자금을 지원하며, 특히 5년 이상 운영 시 기존 지원 한도에서 10%를 추가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옥은 처마 깊이나 외벽 설치 등에서 전통 양식을 준수할 경우 일부 건축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어, 도심 내에서도 독창적인 건축물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사업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부동산 자산 가치 측면에서도 한옥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규제가 심한 주택 시장과 달리, 한옥은 보존 가치와 희소성 덕분에 자산 가치 하락의 위험이 적고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보호를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종로구 북촌(등록건수 201건)이나 은평구 한옥마을(27건)처럼 집단화된 지역의 한옥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돼 안정적인 예약률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 뒤에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운영상의 현실적 한계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Mini Interview
한국관광공사 쇼핑숙박팀 송은경 팀장

“글로벌 팔로워 50만 채널에시카고 슬롯스테이 담는다,
AI 검색 최적화도 핵심 과제”
세이프스테이에 등록된 한옥체험업소 현황과 최근 추이를 소개해달라.
2026년 4월 기준, 세이프스테이에 등록된 전체 숙소 1,205개 중 한옥업체는 657개로 전체의 약 54%를 차지한다. 최근 3년간 신규 등록 한옥체험업소 수는 2023년 388개, 2024년 245개, 2025년 341개로 등락은 있지만 전반적인 확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이프스테이에 등록된 업종 중 한옥체험업이 절반을 넘는다는 수치는 한옥이 이미 합법 소규모 숙박시장의 주류 업종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시카고 슬롯스테이를 해외 고급 관광객에게 브랜드화하기 위한 공사의 전략이 궁금하다.
공사는 인스타그램과 세이프스테이 홈페이지를 통해 테마별·지역별로 매력적인 숙소들을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홍보하고 있다. 올해는 50만 글로벌 팔로워를 보유한 공사의 글로벌 채널 Visitkorea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인플루언서를 통해 예약 과정부터 이용 후기까지 다국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글로벌 OTA 연계 프로모션도 병행할 계획이다. 최근 숙소 검색에 AI 활용이 점차 높아지는 만큼 GEO(AI 활용 검색 최적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외도민협회가 주최하고 공사가 후원하는 ‘한국 민박업 우수숙소’ 선정 사업도 있다. 법규 준수와 시설·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숙소를 선정해 KOREASTAY 명패를 수여하고, 다국어 매뉴얼 제작 및 홍보 영상 촬영 등 전문적인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형 파라도르 육성’ 이후 공사가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말해 달라.
현장에서는 복잡한 인허가, 지자체별로 상이한 해석, 소방·건축·환경 관련 주민 민원, 인력 부족, 디지털 마케팅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법·제도 개편이 선행돼야 하는 영역은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의 몫이지만, 공사는 운영자들이 현재 제도 안에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소방·안전·위생 관리 교육은 물론, 성공적인 운영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와 세무·마케팅 교육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승인부터 운영까지, 벽이 너무 많다
계약해도 인허가 막혀 난감한 상황들
한옥 숙박업 창업을 결심한 사업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은 제도의 복잡성이다. 한옥체험업 하나를 등록하기 위해 관여하는 법령만 해도 관광진흥법,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건축법, 문화재보호법, 소방 관련 법령 등이 중첩된다. 인허가 창구가 지자체에 분산돼 있어 동일한 유형의 사업이라도 서울 종로구와 전북 전주시의 심사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현장 사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한옥체험업 등록을 위해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수리에 착수했지만, 정작 허가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한옥이지만, 벽돌이 현대식이거나 기와가 전통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한다.
반대로 언뜻 현대식으로 보이는 담장이 허가를 통과하는가 하면, 오래된 재료가 오히려 퇴짜를 맞는 경우도 있다. 이 모순의 원인은 하나다. ‘주무관’ 마음. 같은 건물, 같은 자재라도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심사 결과가 달라진다.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담당자의 해석이 허가의 당락을 가르는 것이다.

시카고 슬롯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문 지붕과 대문 간(間)이 있어야 하는데, 도시화 과정에서 벽을 현대식으로 고치고 대문을 없앤 시카고 슬롯이 대부분이다. 결국 대문과 담장을 새로 짓는 공사가 불가피해지는 경우가 많고, 1m당 100만~300만 원에 달하는 공사비는 고스란히 예비 창업자의 부담이 된다. 인허가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 보니, 창업자들은 계약과 공사를 선행한 뒤 사후에 허가 여부를 확인하는 ‘역순 창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법적 제도도 사업자를 압박한다. 한옥체험업의 연면적 230㎡ 상한은 고급화를 지향하는 사업자에게 구조적 딜레마로 작용한다. 프리미엄 한옥 숙박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넓은 마당과 여러 채(棟)가 필요한데, 숙박 체험 공간 합산이 230㎡를 넘으면 한옥체험업으로 등록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전통호텔업으로 등록하자니, 도로 접면·소방·주차 등 호텔업 기준이 전통 한옥의 물리적 구조와 충돌한다. 문화재나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경우엔 면적 예외가 적용되지만, 이 자체가 또 다른 행정 절차를 수반한다.
법제처의 법령 해석에 따르면, 등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지자체는 관할 지역의 한옥체험업 총량 관리를 이유로 일정 기간 신규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행정의 총량 관리 논리가 신규 진입을 가로막는 아이러니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제도의 벽을 넘더라도 운영 단계에서 기다리는 것은 끊이지 않는 수리 고지서다. 한옥은 특성상 목구조가 계절에 따라 수축·팽창을 반복하고, 수십 년 된 건물일수록 예고 없는 하자가 발생한다. 담장 하나를 보수하는 데 5000만 원이 드는 경우도 있다. 한 사업자는 “한옥스테이를 시작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만큼 비용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오래된 건축물인 만큼 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사업자들 중 그 점을 간과한 채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한옥체험업소는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1~2인의 인원이 예약·청소·안내·야간 비상 대응까지 전담해야 한다. 호텔처럼 24시간 프런트가 없으니, 심야에 문제가 생기면 대표 사업자가 직접 출동하거나 주변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한다. 여기에 OTA 수수료 15~20%까지 감안하면 외형적 예약률과 실제 수익성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제도의 후퇴도 현장의 불안을 키운다. 한옥체험업의 품질 기준을 공적으로 담보하던 장치들이 잇따라 소멸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 한옥체험업에 부여되던 ‘한옥스테이 인증’은 2017년 유효기간 만료 후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로 통합됐으나, 이마저도 2024년 2월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 장관회의에서 폐지가 발표됐다. 모든 업소의 인증기간이 만료되는 2026년 4월을 기점으로 공사의 해당 사업은 최종 종료될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검증된 한옥’과 ‘그렇지 않은 한옥’을 구분할 공적 기준이 사라지는 셈이다. 한옥 숙박 시장이 팽창하는 바로 그 시점에, 시장의 품질을 관리하던 도구가 오히려 퇴장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Mini Interview
리한컬쳐(클래식고택) 최유리 대표

“브랜드는 선언이 아니라,시간이 증명하는 결과”
*지난 4월호 <Focus On에서는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공언된 ‘한국형 파라도르 모델 육성’ 방침과 그 배경을 다뤘다. 당시 취재에 참여한 리한컬쳐 최유리 대표와의 인터뷰가 이번 호에서 이어진다.
현재 시카고 슬롯스테이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시카고 슬롯스테이의 외형은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의 수준까지 함께 성장했는지는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허가 단계에서 운영자의 전문성이나 서비스 역량을 전혀 검증하지 않다 보니, 동일한 ‘시카고 슬롯스테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경험의 질이 크게 차이 난다. 숙박업은 단순 공간사업이 아니라 호스피탈리티산업이다. 인테리어 역시 고급 자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고객 동선과 경험 설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전제를 놓치면,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고급 숙소’는 될 수 없다.
숙박업·한옥체험업에 관심을 갖는 예비 사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상태다. 매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초기 투자 비용도 크다. 그러나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예상과 전혀 다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역대 최고 인바운드를 기록하는 시대라고 하는데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중도 포기하거나 양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숙박업은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이 아니라, 고객의 경험 전체를 책임지는 서비스 산업이다. 그만큼 노동 강도도 높고, 변수도 많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한 수익 모델이나 부업 개념으로 접근할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 오히려 한국 관광의 최전선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호스트 앰버서더’라는 인식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이 산업의 본질과 지속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 슬롯스테이 고급 브랜드화’ 정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브랜드를 ‘정책으로 만든다.’는 접근 자체가 가장 큰 오해일 수 있다. 리한컬처가 클래식고택 5개 지점을 현재의 수준으로 구축하기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과 상당한 자원이 필요했다. 브랜드는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공간에 맞는 서비스, 운영 철학, 고객 경험이 반복적으로 축적돼야 비로소 형성된다. 이 과정을 건너뛴 채 고급화를 추진하면 외형만 비슷한 숙소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우려는 구조다. 이 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흐를 경우, 시카고 슬롯이라는 자원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일본의 료칸이나 유럽의 파라도르 역시 결국 개인 또는 소규모 운영자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결과다. 브랜드는 선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한국형 파라도르(Paradores),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흑역사 ‘궁 스테이’ 사태 면하려면
스페인의 파라도르(Paradores)는 1928년 시작된 국영 역사건물 호텔 체인이다. 고성, 수도원, 궁전, 요새 등 스페인 전역의 역사적 건축물 100여 곳을 현대적 숙박시설로 개조해 운영하며, ‘역사 속에서 자는 경험’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정착시켰다. 건물의 역사성과 지역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편의시설은 국제 기준에 맞게 갖춘 것이 성공의 핵심으로 꼽힌다. 파라도르를 운영하는 파라도레스 데 투리스모(Paradores de Turismo)는 국가 소유 법인으로서 역사건물의 보수·관리를 직접 담당하고, 지역 식재료와 전통 요리를 메뉴에 반영해 문화 보존과 관광 경험을 동시에 구현한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제시한 ‘한국형 파라도르’ 모델의 핵심은 고택·사찰 등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프리미엄 숙박 인프라 구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위해 농어촌민박제도 개선, 한옥체험업의 고급 브랜드화 지원, 숙박업 품질인증제 도입 등을 패키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고택·한옥이 민간 소유인 만큼, 정부 주도의 직접 운영보다는 민관 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스페인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정책의 방향성에는 업계도 공감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다른 곳에서 갈린다. ‘고급화’를 향한 정부의 드라이브가 실제로 무엇을 고급화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짚고 있느냐는 것이다. 겉모습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서비스 수준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또, 허가 단계에서 운영자의 전문성이나 서비스 역량이 전혀 검증되지 않는 현재 구조 아래에서는, 동일한 ‘시카고 슬롯스테이’라는 이름 안에서도 경험의 질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정책이 공간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수록, 그 공간을 채울 ‘운영의 질’에 대한 질문은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지속성이다. 한국에는 이미 한 번의 전례가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창덕궁 낙선재 권역 일부 전각에서 숙박 체험을 허용하는 ‘궁 스테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고궁과 서원, 향교, 옛 관아를 묶는 통합 브랜드 구상까지 제시됐지만, 문화재 훼손 우려와 상징성 논란이 커져 결국 이듬해인 2016년 폐기됐다.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숙박 정책이 여론과 정치의 파고 앞에서 얼마나 쉽게 동력을 잃는지를 보여주는 ‘흑역사’다. ‘한국형 파라도르 육성’이 또 하나의 공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책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화재 보존 논리와 관광산업 논리를 어떻게 함께 끌고 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뒷받침이 반드시 갖춰져야 할 것이다.
<시카고 슬롯이 창간 35주년을 맞은 해, 기와지붕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 실험적 팽창을 우리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품고 지켜본다. 한옥이 단지 ‘뜨는 아이템’에 그치지 않고, 한국 관광산업의 오랜 자산으로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