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카 슬롯

연일 35℃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기에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쉬운 8월, 이 열기 덕분에 온카 슬롯을 만들 포도가 맛을 내며 익어간다고 위안하며 견디고 있다. 뜨거운 뙤약볕이 포도를 익히고, 밤의 서늘한 기운이 원기를 회복시켜 균형감 잡힌 포도를 양육하는 자연의 신비가 반복되는 곳, 이달에는 이탈리아 피에몬테로 간다.

아펜니니 그란사소의 정기를 품은 와이너리, MARRAMIERO

이탈리아 중부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웅대한 아펜니니 산맥이 가장 극적으로 펼쳐진 지방, 아브루쪼~!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최고의 청정 지역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이 지방의 아드리아해를 면한 바닷가 도시 뻬스카라(Pescara) 군의 내륙 지역 마을 로샤노(Rosciano)에서 태어난 단테 마라미에로(Dante Marramiero)는 훌륭한 기업가로 성장했고, 온카 슬롯과 관계없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지만(에너지 건축 플랜트 기업 Almacis), 어느날 가족이 소유하는 포도밭에 둘러 싸인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멋진 와이너리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곳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양몰이꾼들이 양떼를 몰아 지나던 곳으로, 아펜니니 산맥의 산자락 구릉지대이자 동편 아드리아해의 미풍이 불어오는 곳이었다. 산맥의 최고봉 그란 사소(Gran Sasso) 봉우리에서 로샤노 마을의 부드러운 언덕을 지나 바다까지 이어지는 경관에 매료된 그는 자신의 와이너리가 성장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단테는 고향 로샤노 마을에 소박한 농장 건물 빌라 올리베티(Villa Oliveti)를 짓고, 농기계를 빌려 그 주변 땅을 직접 개간해서 포도밭을 일궜다.

다양한 산업 활동의 토대가 된 기업가적 역동성과 가족 전통과 온카 슬롯 품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설립자 단테는 1960년대에 지역의 고유 포도 품종을 신중하게 선택한 후 새로운 포도밭을 조성하고 생산량을 확대하는 원동력이 됐다. 올리브 숲과 포도밭, 참나무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단테와 그의 아들 엔리코(Enrico) 마라미에로는 포도 재배와 온카 슬롯 생산을 통해 온카 슬롯을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음료에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제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탈리아 아브루쪼 지방 지도 
이탈리아 아브루쪼 지방 지도

지역 사랑, 온카 슬롯 사랑, 축구 사랑, MARRAMIERO

아버지 단테를 모르는 필자에게 엔리코는 이렇게 말하며 아버지를 회상했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죠. 항상 당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세요! 그 일을 온 마음을 다해 원하고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그 안에서 늘 신뢰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테의 옛 사진들을 보면서, 이 말을 들으니, 뭔지 모를 푸근한 감동이 느껴졌다.

설립자 단테는 매우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그의 인품에 관한 이야기는 그가 애정을 가졌던 축구계 기사에서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필자가 칼럼 작성을 위해 웹 자료를 보다가, 단테 마라미에로 검색어에 축구계 사료가 다수 떠올랐고, 몇몇 기사를 살펴보니, 1992년에 그는 곤궁에 빠진 지역 축구 클럽인 ‘바스테제(Vastese)’ 구단을 인수했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회장으로 봉직하며, 구단과 축구 발전을 위해 공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후 20주기 때는 구단 경기장의 새 ‘프레스 스탠드’ 낙성식을 맞아 그의 이름을 붙여 헌정하며 그의 업적과 인품을 기렸던 행사를 가진 기록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의 사후에 구단주와 회장의 자리는 아들 엔리코(Enrico)에게 이어졌다니, 대를 이어 축구를 사랑한 듯싶다. 마침 우리나라 축구계의 대들보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을 떠나 미국 LAFC로 이적한 즈음이라 모든 미디어에서 이 소식을 다루고 있던 때라서 더욱 마라미에로 집안의 스포츠맨십 감성과 지역 사회 공헌 정신이 깊이 와 닿았다. 단테는 이탈리아 정부가 주는 기사 작위(Commander of Merit of the Italian Republic)를 수여받았다.

창업자 단테 마라미에로
창업자 단테 마라미에로

끊임없는 혁신이 전통인 와이너리, Marramiero

아브루쪼 지방은 가장 대중적인 저가 레드 & 화이트 온카 슬롯에서, 부티크 온카 슬롯까지 다채로운 품질의 온카 슬롯이 생산되는 역동적인 지방이다. 품질 온카 슬롯을 향한 마라미에로의 열정과 기술 문화는 온카 슬롯 생산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는데, 그들은 발효에서 숙성에 이르는 공정을 따라 최적의 차별화된 환경을 조성하기 적합한 셀러와 설비를 구축했다. 와이너리 방문 중, 온카 슬롯 양조가이기도 한 필자의 눈에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 설비는 두 가지였다.

마라미에로는 포도알을 정성껏 선별하는 소수의 와이너리 중 하나임을 자부한다고 들었는데, 엄격한 선별 과정 후, 줄기를 제거한 포도알들을 ‘X-TRI 광학 선별기’로 하나하나씩 선별해 이중으로 엄격하게 고른다. X-TRI 광학 선별기는 레이저 형광 분석을 통해 설익은 미성숙한 열매, 잎, 풀 등을 먼저 식별해 배출한다. 그후 적외선으로 모든 외래 유기 및 무기 원소를 차단한다.

2대 엔리코 마라미에로
2대 엔리코 마라미에로

다른 하나는 ‘가니메데 기술(Metodo Ganimede®)’을 적용한 발효 탱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기술은 1997년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것으로, 레드 온카 슬롯의 품질 요소인 타닌과 폴리페놀을 껍질에서 뽑아내는 침용 공정에서 온카 슬롯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기계적 펌프를 사용하지 않고,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탄산가스를 활용해 껍질층과 온카 슬롯 주스를 충분히 접촉시키는 방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거친 타닌을 피하면서 강렬한 색감과 벨벳 느낌의 질감을 가진 향기로운 온카 슬롯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특허 탱크를 사용하면, 별도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에 친환경 청정 생산법이기도 하다. 마라미에로가 친환경적인 활동을 유지하고 노력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단테 ‘신곡’의 온카 슬롯, MARRAMIERO

지금은 고인이 된 설립자 단테의 꿈을 이어받아 현재 그의 아들 엔리코가 기업을 이끌며 원래의 가치와 목표를 자신만의 혁신적인 비전과 결합해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고 다른 영지로 생산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와이너리는 4개 농장, 총 60ha의 밭에서 17종, 60여만 병의 온카 슬롯을 연간 생산한다. 이 회사의 플래그십 최고 온카 슬롯은 국내 극소량만 수입되는 고급 온카 슬롯인 ‘단테 마라미에로,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다. 창업자이자 부친에게 헌정된 ‘단테 마라미에로’ 온카 슬롯의 2008 빈티지는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가 매년 선정하는 권위 있는 이탈리아 최고의 온카 슬롯 컬렉션인 ‘귀다 비타(Guida Vitae) 2019’에서 각 지방 최고 온카 슬롯에 부여하는 ‘테이스트빈(Tastevin)’을 수상한 온카 슬롯이다.

한편, 리제르바급 ‘인페리,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는 그 뀌베명과 레이블 디자인이 남다른데, 14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정치가,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이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인물인 단테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에 헌정된 온카 슬롯으로 그가 쓴 서사시 ‘신곡’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와이너리 설립자 이름도 단테인지라, 이렇게 명명한 듯하다. 아울러 와이너리 상징 로고에서는 설립자의 이름 머릿 글자인 알파벳 D와 M이 서로 얽혀 있는데, 포도 덩굴과 뿌리, 토양이 견고하게 연결돼 있는 온카 슬롯 세계의 심오한 진리와 철학을 보여 주고 있다. 1993년 고인이 된 단테는 <신곡(La Divina Commedia) 속의 또 다른 ‘베르질리우스’가 돼 마라미에로 온카 슬롯 애호가들을 신곡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온카 슬롯

*시음 와인의 제목 부분 한글 표기는 국내 수입사가 표기한 표기를 따르고, 본문 내용의 발음 표기는 필자의 표기입니다.

아니마, 트레비아노 다브루쪼 Trebbiano d'Abruzzo DOC, ‘Anima’

온카 슬롯

트레비아노 다브루쪼 화이트 온카 슬롯은 필자가 ‘이탈리아 4대 대중 화이트 온카 슬롯’이라고 부르는 온카 슬롯이다. 이 품종 자체가 튼튼하고 어디서나 무난하게 잘 자라며, 이탈리아 전역에서 맛갈진 화이트 온카 슬롯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DOC 명칭 자체에 이미 지역 명이 붙어 있을 만큼 아브루쪼 지방의 시그니처 청포도며, 산도와 싱그러움, 산뜻한 아로마를 선사한다. 마라미에로의 트레비아노는 점토질이 깊고 풍부한 양질의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서, 수확한 열매는 곧바로 발효실로 옮겨져 압착되고 24시간 정도 저온에서 발효전 껍질 침용과정을 거치며, 이후 4개월간의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 숙성을 마치고 병입된다.

2021 빈티지 트레비아노는 밝고 연한 밀짚 색상에 레몬과 오렌지가 신선한 복숭아향과 만나 식욕을 돋구는 상큼한 향이 매력적이다. 높은 산도와 13.5%vol의 적절한 알코올이 주는 미디엄 보디감, 쌉싸래한 껍질 침용 탄닌감까지 균형감이 좋고 다층적 구조를 가진 멋진 화이트다. 뀌베명 ‘아니마(Anima)’는 이탈리아어로 ‘영혼(Spirit)’이라는 뜻인데, 레이블 바탕을 뚫어 검게 음각된 여성 얼굴 실루엣 모티프와 연상돼 우아한 맑은 영혼같은 이미지를 전한다. 가격까지 무난하니, 박스채 구입해 둘 정통 이탈리아 화이트다. 아페리티프로 아주 좋고, 카프레제 샐러드, 해산물 파스타, 생선회 등과 즐길 수 있다. INTERNATIONAL WINE CHALENGE에서 해마다 금, 은, 동상을 수상하고 있다.

Price_6만 6000원

페코리노, 아브루쪼 Abruzzo DOC, ‘Pecorino’

로샤노 마을에 위치한 마라미에로의 밀라노 농장(Milano Estate) 밭에는 약 6ha 가량의 페코리노가 식재돼 있는데, 미네랄 표현이 매우 뛰어난 화이트 온카 슬롯을 생산한다. 로샤노 지역은 부드러운 구릉지대로 계절마다 오가는 양떼들이 통과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고 전술한 바 있는데, 이때 목이 마른 양떼들이 이 청포도를 즐겨 먹어서 ‘페코리노’라는 이름의 유래와도 연관이 있다. 화이트 온카 슬롯 레이블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묵직한 검정색 바탕에 금분으로 고급스럽게 밀 이삭을 아이콘식으로 표현했는데, 매우 유장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밀 이삭 도안은 ‘새 생명의 싹(Germoglio di Nuova Vita)’을 상징하며, 포도나무와 밀이 휴지기와 각성기를 연례적으로 거치는 자연의 신비를 공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그 지역을 여름과 겨울을 번갈아 해안가와 산악 지역을 오가는 가축 무리들을 상징적으로 대비시켜, 동식물이 모두 ‘생명의 찬송’에 동참하는 철학을 레이블에 담고 있다. 역시 저온 침용에 스틸탱크에서 4개월 숙성했다.

필자가 시음한 2021 비티지 페코리노는 잘 익은 밀 이삭의 금빛을 보이며, 파파야, 멜론, 키위, 자몽 등 매력적인 열대 과일 에센스와 함께 독특하고 대담하며 사프란을 연상시키는 향신료 허브 풍미가 어우러져 깨끗하고 고급스런 맛과 긴 여운을 선사한다. 섬세한 전채 요리, 밀라네제 리조또, 우럭찜, 민어회 등에 완벽하게 어울릴 것이다. '21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 점수 91점을 획득했다.

Price_7만 5000원

알타레, 트레비아노 다브루쪼 Trebbiano d'Abruzzo DOC, ‘Altare’

Altare(제단, 전당)’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마라미에로의 트레비아노 다브루초 DOC는 아브루초 온카 슬롯 양조 전통의 숭고한 모델로서, 온카 슬롯의 우아함과 세련미를 반영하는 버건디 병에 담겨 있다. 앞서 설명한 ‘Anima’ 온카 슬롯의 상급 온카 슬롯으로서, 마라미에로 화이트 온카 슬롯의 정수를 보여 준다. 최상의 구획에서 특별히 선별 수확된 포도는 껍질과 함께 압착돼 오크 배럴에서 발효와 숙성을 진행했고, 병입 숙성을 포함 총 18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출시된다.

2022 빈티지 ‘알타레’는 영롱한 황금빛에 녹황색 뉘앙스를 비추며, 싱그런 레몬과 탱저린향, 살구와 부사, 은은한 복숭아 등 고상한 과일향에 허브와 삼나무향, 아몬드와 개암 등 견과류 향이 저변을 받춰주며 복합미를 이룬다. 감귤류의 생생한 산도가 특징인 뚜렷한 신선함으로 첫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중반 이후는 강력한 미네랄과 14%vol 알코올, 오크 숙성 복합미가 힘있게 등장하며 여운은 깨끗하고 길다. 연한 크림색 레이블의 디자인에서는 뀌베명 알타레를 연상시키듯, 고대 그리스 신전의 이오니아식 열주 기둥과 대리석 페디먼트 모티프가 고상하고 웅장하다. 고급스러운 아페리티프, 고급 생선 구이, 전가복, 닭고기 구이, 치즈와 잘 어울린다. James Suckling 93점, Decanter World Wine Awards 96점을 받았다.

Price_9만 3000원

인칸토,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Montepulciano d’Abruzzo DOC, ‘Incanto’

일조량이 뛰어난 오페나 평원의 아마렐로 농장. 이곳의 포도를 중심으로 선별된 포도나무에서 몬테풀치아노를 수확하고, 이 몬테풀치아노로 만들어 구조감이 뛰어난 미디엄-풀 보디 레드 온카 슬롯이다. 최적의 껍질 침용 공정 기술을 갖춘 가니메데 탱크에서 충분히 긴 침용 과정을 거친 후, 스틸 탱크와 병 숙성을 포함해 총 30개월 숙성 후 병입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9 ‘인칸토’는 6년의 숙성에서 오는 적갈색 갸닛 색조를 띤 진한 루비색을 보였다. 아마도 가니메데 특허 공법을 채용한 탱크에서 발효를 장기간 거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검붉은 베리류 향과 개성있는 커런트향, 흑자두, 감초, 담뱃잎 풍미, 수풀 속 흙내음, 허브 부케가 신비스럽게 깔려 있다. 맛에서는 높은 산미와 풍부한 타닌 구조감, 14%vol의 매력적인 미디엄-풀 보디감 속에 다층적 재질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조밀하게 짜져 있는 피륙을 연상케 한다. 아브루쪼 지방의 몬테풀치아노 품종의 특성을 개성있으면서도 근사하게 구현했으니, 이름처럼 ‘마법(Incanto)같고 매혹적인’ 온카 슬롯이다.

음식 페어링으로는 불고기, 갈비구이, 안심 스테이크, 타코, 체다 치즈 등 두루두루 고민없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덧붙이자면, 온카 슬롯과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맞춰 가는 마라미에로 디자인팀의 레이블 제작 능력이 참으로 출중한 듯 하다. ‘인칸토’ 레이블은 하단에 검붉은 적벽돌색으로 그려진 건물과 구릉 전원 풍경의 실루엣 모티프위에 황금색과 적벽돌색으로 칠해진 네모난 모티프들이 이우환 화백의 그림같기도 하고, 클림트의 모티프 같기도 하니, 역시나 ‘마법(Incanto)같고 매혹적인’ 레이블이 아닐 수 없다. 다브루초 ‘인칸토’는 겨울 저녁 벽난로 옆에서 대화를 나눌 때 곁들이기에도 이상적이리라.

Price_7만 5000원

인페리,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테레 데이 베스티니, 리제르바
Montepulciano d’Abruzzo DOC, ‘Inferi’, Terre dei Vestini, Riserva

Inferi~! 두려운 이름이다. 레이블은 또 어떠한가~! 흑자줏빛 바탕색에 지옥의 아비규환을 묘사한 그림이다. 와인의 이름과 레이블이 이렇듯 강렬하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본문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마라미에로 와이너리 창립자의 이름이 단테인데, 역사와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위대한 이름, 14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정치가,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이자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인물인 ‘단테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와 같다.

알리기에리 단테는 그의 서사시 <신곡으로 불멸의 존재가 됐다. 그러니, 그와 똑같은 이름을 받은 마라미에로 단테는 아마도 살아 오는 동안 내내 전설적 <단테와 끊임없이 비교당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독자 여러분들은 마라미에로 와이너리의 ‘인페리(Inferi)’가 탄생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이 온카 슬롯이 <신곡 중 ‘지옥(Inferno)’ 편에 대한 헌정으로 명명됐다는 것을 짐작했겠다. 이는 이 온카 슬롯의 강렬함과 심미적 깊이를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며, 레이블에도 <신곡의 장면을 담아내어 문학적 깊이와 함께 창업자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 내려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탈리아 와인 전문 매거진 <IL MIO VINO에서는 특집으로 인페리 와인을 소개하며, “지옥에서 피어난 감미로운 레드(Il Soave Rosso Degli Inferi)”라는 타이틀을 달아 단테의 문학적 유산을 기리며, 와인의 강렬한 개성과 품질을 동시에 표현했다. 인페리의 포도는 전체 아브루쪼 DOC 영역 중에서 가장 뛰어난 ‘Terre Dei Vestini’ 서브존에서 생산됐으며, 가니메데 특수 탱크 발효와 침용, 프랑스와 슬라보니아 오크통과 병입 숙성 등 총 40개월 이상 숙성하고 출시된다.

2020 빈티지 인페리는 짙고 심원한 흑적색에 보랏빛과 벽돌빛 뉘앙스가 공존해, 힘과 숙성미가 동시에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블랙베리와 커런트, 민트, 광야의 허브향, 볏짚단 풍미와 함께 시간이 흐르며, 감미로운 바닐라와 다크 초콜릿, 감초 풍미가 고상하게 솟아난다. 입에서는 강한 산미와 14%vol의 우아한 알코올,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타닌과 재질감, 짙은 농축미로 카리스마 넘치는 풀보디 온카 슬롯이다. 트러플 리조또, 등심 구이나 티본 스테이크, 갖은 양념을 한 갈비찜이나 동파육, 단단한 숙성 치즈, 하몬 햄 디시 등과 함께 마시면 그 특성이 더욱 돋보이겠다.

Price_12만 6000원

키워드
#MARRAMIERO
저작권자 © 온카 슬롯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