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성패를 가르는 ‘혁신’
오늘날 미스터 슬롯 전반에서 혁신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배경에는 ‘기술의 급격한 진화’와 ‘시장’ 구조의 ‘재편’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IT,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미스터 슬롯은 기술 주도형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한 분야로, 과거 시장을 지배했던 기업들조차 혁신의 흐름을 놓치는 순간 급속히 추락할 수 있다.
모토로라는 초창기 휴대폰 시장을 선도했지만, 스마트폰 전환 시점의 오판과 대응 지연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줬고, 결국 매각과 해체의 길을 걸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iOS의 부상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윈도우폰 전략에 집착하면서 시장에서 밀려났다.

반면, tsmc와 엔비디아는 결단을 내렸다. 모리스 창의 선견지명과 결단력 아래, tsmc는 설계와 제조를 철저히 분리한 ‘순수 조립(Pure Foundry)’ 모델을 처음부터 고수, 고객사와의 신뢰를 절대적으로 확보했고, 매출의 8% 이상을 지속해서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최첨단 미세공정(7nm, 5nm, 3nm 등)을 시장에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 기술 리더십을 확립했다. 무엇보다 2009년 금융위기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28nm 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서 독보적 위치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세계 1위 팹리스 기업인 엔비디아도 젠슨 황(Jensen Huang)의 과감한 비전과 끊임없는 혁신 추진 아래, GPU를 단순한 그래픽 카드 용도에 머무르지 않고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확장하는 전략을 주도했다. AI 붐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대규모 연구개발과 생태계 투자를 지속하며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 글로벌 테크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혁신과 변화는 비단 첨단기술의 반도체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베니건스(Bennigan’s), TGI프라이데이스(TGI Friday’s) 등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식 트렌드를 선도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외식 트렌드의 변화, 가성비에 대한 기대 약화, 1인 가구의 증가와 소규모 모임 중심의 소비문화 확산 등으로 인해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한때 대표적인 외식 브랜드로 꼽히던 베니건스와 TGI프라이데이스는 이러한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시장에서 퇴장했다. 반면, 아웃백(Outback)과 빕스(VIPS)는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와 디지털 전환 흐름을 빠르게 포착하고, 메뉴 혁신과 매장 리뉴얼, 배달 및 온라인 서비스 확대 등 적극적인 생존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웃백은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주문 시스템, 멤버십 프로그램 등을 강화함과 동시에, ‘블루밍 어니언’ 같은 시그니처 메뉴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스테이크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통해 브랜드를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으로 명확히 포지셔닝하고, 인테리어 리뉴얼과 프리미엄 메뉴 개발을 통해 고객들이 고급스러운 식사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빕스는 한때 ‘샐러드바’ 콘셉트로 유명했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더욱 특화된 콘셉트와 메뉴 구성을 시도했다. 이탈리안, 아시안 푸드 등 다양한 테마 코너를 도입하고, 매장 분위기를 가족뿐 아니라 연인·직장인 모임 등 다양한 고객층이 즐길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CJ푸드빌과의 협업으로 온라인 예약 시스템, 멤버십 혜택, 그리고 위생·안전 기준 강화에 집중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미스터 슬롯의 속도를 잡아라
이처럼 산업의 생존 조건은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맞추는 데 있다. MICE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 팬더믹 이후의 변화, 하이브리드 이벤트의 부상 등으로 MICE 시장 자체가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과거에 명성을 떨쳤던 행사들도 적응에 실패하면 사라지지만,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행사들은 오히려 더 큰 성장 기회를 얻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기술 변화에 발맞춰 성공적으로 진화한 MICE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자율주행차, AI,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산업 전반을 아우르며, 이제는 자동차·로봇·스타트업 등 전방위 산업의 교차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로레알,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연사 혹은 참관객으로 참여하면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테크 경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과거 CES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루던 독일의 CeBIT은 빠르게 퇴장했다. 2018년까지도 2800개 기업, 12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존재감을 유지했지만, 결국 변화에 실패하며 폐지 수순을 밟았다. 글로벌 ICT산업의 중심축이 북미와 아시아로 이동함에 따라, 유럽 기반의 CeBIT은 기술 흐름을 선도하기보다 뒤따르는 위치로 밀려났고, CES와 MWC는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뵈는 혁신의 무대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주목도를 흡수해갔다. 이에 반해 CeBIT은 이미 발표된 기술과 제품을 바탕으로 바이어 대상의 상담과 비즈니스 매칭에 집중하는 행사로 성격이 변화했으며,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를 일관되게 유지한 점도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처한 사례가 있다. 부산모터쇼는 2024년부터 ‘부산모빌리티쇼’로 새롭게 탈바꿈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친환경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포함하며 단순한 자동차 전시를 넘어 ‘모빌리티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MICE 행사로 진화한 것이다. 실제로 2년 전보다 13만 명 이상 증가한 총 61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싱가포르의 ‘핀테크 페스티벌(FinTech Festival)’ 역시 ‘디지털 기반 산업 생태계와 금융 혁신의 결합’이라는 흐름을 민첩하게 반영한 사례다. 전통적인 금융산업 중심에서 탈피해 블록체인, 디지털 화폐, 스타트업 피칭, ESG 금융 등을 포함한 다채로운 콘텐츠로 전환하며 세계 최대 핀테크 이벤트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 기관, 기술기업, 정책 당국이 동시에 참여하는 이 플랫폼은 단순한 전시가 아닌 생태계 구축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박람회인 케이펫페어(K-PET FAIR)는 강아지, 고양이에 필요한 사료, 간식, 의료, 용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전시회다. 전시회의 성격상 모든 것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케이펫페어 전용 ‘쭈쭈쭈’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3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전시회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앱을 통해 입장권 할인은 물론 다양한 쿠폰 제공과 이벤트 참여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에게는 필수 어플로 자리 잡았고, 주최자 입장에서도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고 데이터베이스(DB) 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가 됐다. 이러한 점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 침체에 빠진 마이크로소프트를 구한 인물은 새롭게 임명된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였다. 그는 대대적인 리셋과 혁신을 단행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IT 업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지나치게 PC 중심이었던 소프트웨어 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클라우드 사업을 강력히 육성했으며, 링크드인(LinkedIn) 인수와 OpenAI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AI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폐쇄적이던 조직 문화를 유연하고 빠르게 실험하는 문화로 전환시킨 것이 근본적인 미스터 슬롯의 핵심이었다.
소니는 2012년 부임한 히라이 가즈오 CEO의 주도 아래 대대적인 구조 혁신에 나섰다. 그는 수익성이 낮은 PC와 TV 사업을 매각·분사하는 한편, 게임과 콘텐츠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2012년에만 약 1만 명을 감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소니는 2023년 1조 1700억 엔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부활에 성공했다.

시대 흐름 읽고 미스터 슬롯 주도하는 기업만이 생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처럼 사업을 과감히 재편하고, 구조조정이나 분사를 단행할 수도 있으며, 기업의 수장을 교체하거나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엔비디아와 애플처럼 일시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는 뚝심 역시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국가 간 관세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현재, 국제 정세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무역 전쟁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반도체, 자동차산업 등 주요 산업 분야는 관세 대응과 기술 개발에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스터 슬롯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과 무역 장벽의 증가는 B2B 산업 박람회에서 참가 기업과 참관객의 참여 의사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미스터 슬롯 행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 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과 같은 글로벌 메가트렌드 역시 미스터 슬롯산업의 운영 방식과 콘텐츠 구성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비페어는 체험형 콘텐츠로, 캠핑페어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을 강조하며, 펫페어는 반려동물산업과 여행 인프라 확장으로, 아트페어는 지역문화와 관광 연계로, 바이오·배터리 관련 미스터 슬롯는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 교류의 장으로 각각 라이프 스타일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MICE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이벤트 운영을 넘어, 글로벌 경제와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Catch me if you can.” 이 한마디는 오늘날 MICE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군이 던지는 메시지다. 속도의 경제에서, 혁신을 외면한 자에게 남는 것은 오직 소멸뿐이다.